별거는 쉽게 이루어진다.


여자의 도발, 남자의 퉁명.


그의 사랑은 혈연에 만 국한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마저 그에 속하지 못한다.

그는 확실히 아내에게 그가 아버지와 딸에게 보내는 만큼의 강렬한 감정을 보이지 않는다.


이혼 소송을 하러 간 상황에서 사실 여자가 듣고싶은, 보고싶은 것은 이민 문제로 집을, 나아가 남자를 떠난다고 할 때에 남자가 슬퍼하고 마음아파하고 붙잡는그런 모습이다.하지만 미련한 남자는 모든 여자들의 열망인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 그는 일관되게 현실적인 상황만을 늘어놓으며, 여자에 관철시키려 한다. 사실 여자가 바라는 것은 현재 상황에 대한 그의 객관적, 혹은 주관적 리뷰보다 여자에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다. 하지만 그는 여자를 붙잡지 않는다.

여자는 차갑게 문을 닫고 떠난다. 남자와의 간격만큼이나 열려진 감정의 문 틈 사이로 눈물이 흐른다.


어쨌건 발단은 그랬다.


그 후, 궁지에 몰릴대로 내몰린 한 임산부가 어린 딸을 데리고 떠난 여자 대신 할아버지를 보살피러 온다. 이 영화에서 할아버지는 그저 화초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으키면 스스로 걷고, 가끔 말도 하며,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실 알고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존재감없는 이 할아버지가 모든 스토리의 시작이자 끝이다. 문제의 제공자이자 발단이고 영화의 첫 장면인 이혼 소송의 이유이기도 하다. 할아버지의 존재란 무엇일까.
살아있는데, 살아있지 않다. 그 것에 가장 큰 아들과 아내의 입장 차이가 있다.
당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딸을 위해 함께 이민을 가는 것이 어떻냐.
내 아버지이고, 내가 부양해야 한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중에 아들이 자신때문에 비롯됫을지 모를 일에 살인혐의로 소송을 당하고,

일이 파국으로 치달을 때까지 일관되게 그는 진주알같이 영롱한 눈빛으로 알 수 없는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이 영화가 던져주는 시사점은 이렇다.
사소한 분쟁으로 시작해 극으로 치달을 때 까지, 각 인물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정말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가)을 좀 더 합리적이고 그럴싸하게 표현(나)하는데에 있어서 오는 필연적인 미스커뮤니케이션, 거기에 어른으로서의 자존심까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중동의 남여 구별 문제와 법적으로 말도안되는 부녀자의 종속성, 업보와 신을 믿는 이슬람교리에 의한 지나친 도덕적 엄격함


이 모든 것들이 말 한마디 못하는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휘휘 돌고 돌아 등장하는 모든 이들을 좌절시킨다. 사실 정말 문제는 알고보면 할아버지나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법적 문화적 종교적 폐쇄성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문제가 너무 많은 영화라 어디부터 어디까지 구별지어 생각을 할지 난해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도 제대로 모르고,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진정 자기가 원하는 것에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포스팅을 하고싶었다.


덧붙이자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괴로웠던 점은 보통 영화와는 달리 딱히 악인도 선인도 없으며 의도성도 없고, 있어도 이해가 간다는 점이다. 정말 모든 등장인물들을 따로 보면 모두 말이 되고, 이해가 가며 수긍마저 된다. 그래서 가장 답답한 것이다. 더욱이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등장인물들은 모두 감정에 복받쳐있고, 그러한 상황에선 더욱 본인의 시점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렇게 서로의 간격을 줄이지 못한 채, 한 다리 거쳐 아는 사람끼리 조금씩 오해를 푸는가 하더니 결국 소소한 종말로 끝이 난다.


그렇게 서서히 일상의 비극은 찾아왔다.




궁금한 점은 왜 사람들은 원하는 것, 문제의식에서 자연스럽게 연결지은 해결방법을 생각하고 선택하는게 아니라, 엉뚱하게 텔레포트라도 한 듯한 곳에서 해결점을 찾으려는걸까?


씨민의 경우, 이민에 대한 열망도 막연히 자식의 교육환경을 위해서라며(이 점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한다)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그 것이 완전한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 부부 둘 다 자녀에 대한 사랑과 교육열이 엄청나다, 그 거의 반의 반만 서로에게 품었으면 이럴 일은 없었을 듯) 또한 자신의 이런 집착에 갇혀 남편에게 아버지 양육?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못하고, 비자 만료일이 다가올수록 그녀는 점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된다. 이혼을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서 이 문화의 특징이 발현되는데, 부녀자는 남편의 동의 없이는 따로 사는 것(외국이든 내국이든)이 불가능한가보다. 아니라면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무튼 남편은 본인이 아버지때문에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결국 이혼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씨민이 정말 자식을 생각했다면, 앞뒤 보지않고 이민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먼저 자녀의 뜻을 물어야했다고 생각한다. 원하지도 않는 환경의 변화를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를 일이다. 유학 실패 사례도 더러 있을 뿐더러, 그에 반해 안정된 가정에서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끼리 자르는 것도 굉장히 좋은 교육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여러모로 안정된 곳에서 모험을 감행하는데에 정작 자녀의 뜻도 묻지 않고 자기 생각만을 고집한 씨민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왜 유학에 꽂힌 것일까?


또, 남편의 경우 아버지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다. 본인도 스스로의 집착에 지쳐 아버지를 안고 울기도 한다. 또한 본인의 소송 사이에도 딸의 시험이나, 공부 등에 있어 직접 지도를 해가면서 적극적으로 신경을 쓴다. 본인의 수감여부도 딸에게 해가 될까봐 두려워할 뿐이다. 아버지의 안위가 위협받자 임산부도 계단으로 밀어버릴만큼 맹목적으로 그는 아버지와 딸에 대한 사랑이 엄청나다. 그러나 아직도 왜 아내에 있어 그렇게 뜻뜨미지근했는지는 의문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딸과 아버지의 안녕 뿐이다. 그러나 그 둘이 묘하게 계속 충돌한다.


마지막으로 임산부의 종교에 대한 집착은 엄청나다. 정말 열악한 환경과 상황속에서도 그녀는 신앙을 져버리지 않는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저 살림에 조금 보탬이 되도록 돈을 버는 것 뿐인데 일은 고약하게도 꼬이고, 누구하나 도움은 되지 않는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말과 손짓 한번으로 끝나는 '맹세'에 딸에게 해가 될까봐 그녀는 무너지고 만다.


궁금한 점은 왜 마음에는 감정을 품고있는데, 전혀 관계없는 머릿속 이야기들로 사람들은 감정을 호소하는걸까? 각 인물의 이성적 공방은 끊이질 않지만 갈수록 배는 산으로 간다. 정작 하고싶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은 마음 속에 가둬둔 채 자존심과 체면에 오가는 이야기들은 모두 뜬구름잡는 이야기들이다. 왜 사람들은 그러는걸까?
심지어 더 최악인 건 나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어떻게하면 더 잘써보일까 생각하며 쓴다는 점이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스스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더 있어보이고 그럴싸하게 어필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수록 스스로의 괴리는 커지고 소통은 안되고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스스로의 때로는 유치한 감정과,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표현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다 시파.

JuJe_M_appelle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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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12 avr. 2016

Critique lue 207 fois

Ju Je M'app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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